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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용이란? (총효용과 한계효용)경제학 2025. 2. 26. 22:50728x90
효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기 전에 분석의 편의를 위해 아주 과감한 가정 하나를 도입하기로 하겠습니다. 그것은 소비자로서의 김군이 용돈을 지출하는 대상으로 삼는 상품이 아이스크림(X)과 책(Y) 두 가지에 국한되어 있다는 가정입니다. 생활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소비하는 모든 상품들을 책으로 대표하는 한편, 적극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하는 모든 상품들을 아이스크림으로 대표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그가 실제로 소비의 대상으로 삼는 상품은 이 둘 말고도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많은 상품들을 모두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면 분석 과정이 엄청나게 복잡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비현실적인 점이 있더라도 가정을 통해 김군의 소비대상이 되는 상품의 가짓수를 최대한 줄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소비대상이 되는 상품이 아이스크림과 책 두 가지로고 가정하면 분석 내용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분석 과정을 무척 단순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려 대상이 되는 상품의 수를 두 개로 줄인 것은 그림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어떤 것을 2차원 평면 위의 그림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낼 수 있기 위해서는 변수의 숫자가 둘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이 점에서 볼 때도 그의 소비 대상이 아이스크림과 책 두 가지라는 가정은 매우 편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12통과 책 9권이라는 식으로, 두 상품을 일정한 양만큼씩 묶어 놓은 것을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와 같은 상품들의 조합을 상품묶음(Commodity bundle)이라고 부르는데, 그의 용돈 30만원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품묶음은 수없이 많습니다.
소비자로서의 김군의 선택은 이 상품묶음들 중에서 가장 큰 만족감을 주는 것을 고르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그가 무엇을 선택할지 예측하기 위해서는 각 상품묶음에서 얼마나 큰 만족감을 효용(Utility, 소비자가 어떤 상품 또는 상품묶음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이라고 부르는데, 더 큰 효용을 주는 상품묶음일수록 더욱 선호하는 태도를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12통과 책 9권을 묶어 놓은 것을 상품묶음 R, 그리고 아이스크림 8통과 책 15권을 묶어 놓은 것을 상품묶음 S라고 부르기로 하겠습니다. 소비자가 이 상품묶음들을 소비할 때 얻는 만족감을 유틸(until)이라는 효용의 단위로 표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R --> 280유틸, S --> 235유틸
이 경우 소비자에게 두 상품묶음 중 어느쪽을 더 선호하느냐고 물으면 그는 당연히 상품묶음 R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두 상품묶음 중 하나를 더욱 선호한다는 것은 둘 다 선택이 가능한 상황에서 바로 그 상품묶음을 선택할 것임을 뜻합니다. 따라서 각 상품묶음이 소비자에게 주는 효용을 알면 그가 어떤 것을 선택하게 될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소득으로 구입할 수 있는 여러 상품묶음 중에서 가장 큰 효용을 주는 것을 선택하게 됩니다. 소비자의 선택행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상품묶음이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 알아내야 하는데, 소비자의 선택행위를 분석할 때 언제나 효용에 관한 논의로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상품묶음에 포함되어 있는 두 상품을 하나씩 따로 떼어 이것이 소비자에게 얼마나 큰 효용을 주는지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 소비량은 0으로 묶어 놓고 아이스크림 소비량만 변화시키면서, 이에 따라 소비자의 효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증가할 때 효용이 아래의 그림처럼 두 번째 열(총효용이라고 표시한 열)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변화해 간다고 합시다. 이 표를 보면 아이스크림 3통을 소비할 때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의 크기, 즉 총효용(Total, 어떤 상품을 일정한 양만큼 소비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의 크기)이 24유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표의 세 번째 열에는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한 통씩 증가할 때 (총) 효용이 몇 유틸이나 증가하는지가 계산되어 있습니다. 즉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0에서 한 통으로 늘 때 효용이 9유틸 증가하고, 한 통에서 두 통으로 늘 때는 8유틸, 두 통에서 세통으로 늘 때는 7유틸이 증가한다는 식으로, 각 단계에서의 효용 증가 폭이 계산되어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한 단위 증가할 때마다 효용이 얼마만큼씩 증가하는지 잰 것을 한계효용(marginal utility, 어떤 상품의 소비량을 한 단위 늘렸을 때 (총)효용이 얼마만큼 증가하는지를 나타냄) 이라고 부릅니다.
어떤 상품의 소비량이 늘어갈 때 한계효용이 점차 작아지는 현상을 가리켜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은 궁극적으로 어떤 상품에서 나오는 한계효용이 음(-)의 값을 갖는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한 컵, 두 컵 마시다 보면 더 이상 마시기 싫어지는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때부터는 콜라에서 나오는 한계효용이 음의 값을 갖기 시작합니다. 콜라 뿐 아니라 어떤 상품의 경우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리라고 기대할 수 있습니다. 오래 전에 나온 ‘탈옥’이라는 영화를 보면, 죄수들이 무료를 달래기 위해 편을 갈라 내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삶은 달걀 50개를 먹을 수 있다고 장담을 하자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내기를 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 30여개를 먹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지만, 40개에 가까워지면서 괴로움이 시작됩니다. 48개째가 되면 씹을 힘조차 없어져 동료 죄수가 턱을 움직여 주는 지경까지 이릅니다. 결국 그는 50개를 다 먹게 되지만, 삶은 달걀의 한계효용이 음의 값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런데 ‘the more, the better’라는 영어의 표현이 있듯, 많을수록 더 좋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경제학 교과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은연중에 많을수록 더 좋다는 식으로 서술되어 있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계효용이 음의 값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을 텐데요. 하여튼 약간 이해하기 힘든 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영화는 예시를 둔 것이지만 경제학자들은 많을수록 더 좋다고 말할 때는 원하지 않는 물건을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랍니다.728x90'경제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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