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와 수요곡선의 도출, 수요곡선의 이동

대학생인 김 군의 한 달 용돈이 30만원인데, 아이스크림을 아주 좋아해 이것을 사서 먹는데 많은 돈을 쓴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아래의 표는 그가 각 가격에서 사서 먹으려고 하는 아이스크림의 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표를 보면 1kg이 들어 있는 아이스크림 한 통의 값이 2만5천원일 때 그는 한 달 동안 8통의 아이스크림을 사서 먹으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값이 2만원으로 떨어지면 그 양은 12통으로 늘어나고 1만5천원으로 다시 떨어지면 16통으로 늘어나는 등, 가격이 변화해 감에 따라 수요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가 모두 이 표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 표에 나타난 수치들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 아래에 보는 수요곡선(Demand curve)입니다.  이 수요곡선은 오른쪽으로 가면서 아래로 내려가는 모양, 즉 우하향하는 모양을 갖고 있는데, 이는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수요량이 늘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어떤상품의 가격이 내려감에 따라 더 많은 양을 소비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이를 수요의 법칙(Law of demand)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모든 경우에 이 수요의 법칙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과 같은 예외적 상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예외는 사람들이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소위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를 위한 상품입니다.  예를 들어 값비싼 상표로 알려진 청바지의 경우는 비쌀수록 수요가 더 몰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픈제(Giffen goods)라고 불리는 상품인데, 이 경우도 가격이 오를 때 수요량이 더 커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기픈재가 어떤 성격을 갖는 상품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택 행위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므로 이는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수요량은 일정한 기간, 예컨대 한 달 동안의 수요량이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말해 경제학에서 어떤 변수의 크기를 잴 때 그것의 성격에 따라 주어진 한 시점(Point of time)에서 재야 할 때가 있고, 아니면 주어진 기간(Period of time)에 대해 재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래의  상품의 수요량처럼 일정한 기간을 기준으로 그 양을 재야 하는 것을 유량(Flow)이라고 부릅니다.  반면에 재산처럼 일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그 양을 재야 하는 재야 하는 것을 저량(Stock)이라고 부릅니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변수가 유량의 성격을 갖는지 아니면 저량의 성격을 갖는지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수요곡선을 지금까지 설명해 온 것과 약간 다른 각도에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이 곡선의 높이가 그 상품의 소비에서 나오는 한계편익(Marginal benefit), 다시 말해 마지막 단위의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의 크기를 뜻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가격이 1만5천원일 때 수요량이 16통이라는 것을 달리 해석하면, 김 군이 16번째 통의 아이스크림에 대해 최대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이 바로 1만 5천원이라는 말이 됩니다.  나아가 이것은 16번째 통의 아이스크림을 소비함으로 얻는 만족감, 다시 말해 한계편익이 1만 5천원어치에 해당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수요곡선의 높이는 상품의 소비에서 나오는 한계편익을 나타낸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요곡선 위의 운동과 수요곡선의 이동
앞에서 본 것처럼 아이스크림값이 내려감에 따라 그것의 수요량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고려의 대상이 되는 상품의 가격에 변화가 생겼을 경우에는 수요곡선을 따라가면서 수요량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스크림 수요량은 그것의 가격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요인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예컨대 다른 군것질거리의 값, 입맛이나 유향, 혹은 용돈의 크기 등도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을 모두 고려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편의상 아이스크림 가격이 그것의 수요량을 결정하는 유일한 변수인 듯 보이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앞에서 본 수요곡선의 배후에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수요에 영향을 주는 다른 변수들의 값이 현재의 수준에서 변화하지 않는다는 가정이 깔려 있습니다.  이 가정을 통해 아이스크림값과 수요량 사이의 관계에 관심의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이 변수들의 값이 정말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해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가정은 ‘이들의 값이 일시적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것임에 주의해야 합니다.
만약 아이스크림 가격 이외의 변수에 변화가 생겼다면 그림이 어떻게 달라질까?  빙수의 가격이 지금의 두배로 오른 경우를 예로 들어 어떤 변화가 생길지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경우 김 군은 빙수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더 많은 아이스크림으로 시원한 것에 대한 욕구를 채우려 할 것입니다.  그 결과 아이스크림 수요량이 늘어나게 되는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각 가격에서의 아이스크림 수요량이 종전에 비해 모두 더 커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림 설명 
아이스크림의 가격이 2만원에서 1만5천원으로 떨어진 결과 수요량이 12통에서 16통으로 늘어난 것은 원래의 수요곡선 위의 A점에서 A’ 점으로 움직인 것으로 나타냅니다.  반면에 빙수 가격이 두 배로 오른 경우에는 아이스크림 가격이 2만원일 때의 수요량이 18통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1만 5천원일 때의 수요량도 24통으로 늘어나는 등 모든 가격에서의 수요량이 더 커지게 됩니다.  이것은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해 간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