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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차게임과 완전균형
    경제학 2025. 3. 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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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차게임

    지금까지 설명한 게임들은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행동을 취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게임을 보면 어떤 한 경기자가 행동을 취한 다음 다른 플레이어가 이것을 보고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이 진입을 시도하는 기업과 벌이는 게임이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독점 기업은 실제로 진입을 하는지의 여부를 보고 거기에 따른 대응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경기자들이 순서에 맞추어 행동을 취해 나가는 형식의 게임을 순차게임(sequential game, 경기자들이 순서에 맞추어 행동을 취해 나가는 형식의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2. 완전균형

    지난 20년 동안 전문가용 카메라 시장을 독점해 온 애드맨사가 이 시장에 진입을 시도하는 기린사와 벌이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순차게임의 틀에 의해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기린사는 애드맨사가 자신의 진입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려해 진입 여부의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기린사의 진입을 원치 않는 애드맨사는 가능하면 상대방이 아예 진입할 마음을 먹지 못하도록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린사가 진입하기로 결정을 내린다면 이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미리 전략을 세워 놓고 있어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각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함으로써 게임이 어떻게 귀결되는지를 아래의 그림에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림을 보면 마치 나무를 옆으로 뉘어 놓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게임나무' (game tree)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게임나무는 순차게임에 서 어떻게 게임이 진행되며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되는지를 요약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그림의 맨 왼쪽에서 게임이 출발하게 되는데, 기린사가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게임의 제일 첫 단계입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기린사의 선택 결과를 관찰한 애드맨 사가 높은 생산량(H)과 낮은 생산량(L)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 두 기업이 각각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네 가지의 가능한 결과가 나오는데, 각 경우에서 두 기업이 얻는 이윤 혹은 손실이 그림의 맨 오른쪽에 푸른색 숫자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애드맨사는 다음과 같은 조건부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만약 기린사가 진입하면 낮은 생산량을 선택하고, 진입하지 않으면 높은 생산량을 선택한다'는 전략입니다. 기린사가 이미 진입해 들어왔다면 애드맨사로서는 낮은 생산량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높은 생산량을 선택해 진입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면 기린사에게 손해를 입힐 수는 있어도 자신의 이윤도 더 줄어드는 (6억원→5억원)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기린사가 진입을 포기한 경우에는 높은 생산량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높은 생산량을 선택할 때의 이윤은 12억 원이 되어 낮은 생산량을 선택할 때의 8억 원 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애드맨사로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조건부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 대응이 됩니다. 이는 우리의 상식에 비추어 보아도 매우 분명한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애드맨사가 이 전략을 선택한 상황에서 기린사가 진입하는 전략을 선택했다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전략으로 바꾼다 해서 이득을 볼 수 없게 됩니다. 그렇게하면 자신의 이윤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현재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자신도 현재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입니다. 이렇게 한편이 일방적으로 전략을 바꿈으로써 이득을 볼 수 없을 때 내쉬조건(Nash condition, 상대방이 현재의 전략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할 때, 자신만 일방적으로 전략을 바꿈으로써 이득을 볼 수 없다는 조건)이 충족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이 게임에는 내쉬조건을 충족시키는 전략의 짝이 또 하나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기린사가 진입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하고, 애드맨사는 모든 경우에 무조건 높은 생산량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선택할 때도 역시 내쉬조건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전략을 다른 것으로 바꾸면 자신의 이윤은 더 작아진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아 게임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귀결될 가능성은 매우 작습니다. 애드맨사가 모든 경우에 높은 생산량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기린사를 향한 일종의 위협의 성격을 갖는데, 이 위협에 별 신빙성(credibility)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기린사가 이런 위협에도 불구하고 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합시다. 기린사가 이미 진입한 상황에서 애드맨사가 높은 생산량을 선택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높은 생산량을 선택하면 이윤이 5억원 밖에 되지 않아 낮은 생산량을 선택할 때의 이윤 6억 원 보다 더 작기 때문입니다."

    애드맨사는 기린사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무조건 높은 생산량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합니다. 그러나 기린사는 이 위협에 별 신빙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강경대응 할 것이라고 위협은 했지만, 막상 진입하고 나면 수그러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기린사는 그것이 '헛된 위협' (empty threat) 임을 간파하고 "할 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진입을 결행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내쉬조건이 충족되는 두 전략의 짝 중에서 첫 번째 것(기린사가 진입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애드맨사는 조건부전략을 선택)만이 순차게임의 균형으로서 적절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기린사가 진입하고, 애드맨사는 낮은 생산량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이 상황에서 두 기업은 각각 66억 원씩의 이윤을 얻게 됩니다.

    그렇지만 두 번째 짝은 신빙성이 없는 위협을 포함하고 있어 균형으로서 적합하지 않습니다.(기린사가 진입하고 애드맨사가 높은 생산량으로 대응하는 결과를 현실에서 관찰하게 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의미에서 균형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위협이 실천에 옮겨질 가능성이 적으므로 게임이 그런 상황으로 매듭지어질 가능성 역시 적기 때문이다. 순차게임의 특성상 내쉬조건을 충족하는 것만으로 완 벽한 균형이 되기는 힘듭니다. 이와 동시에 신빙성의 조건도 충족되어야 하는데, 이 두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의 짝을 완전균형(perfect equilibrium, 내쉬조건과 신빙성의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의 짝)이라고 부릅니다. 순차게임에서는 바로 이 완전균형이 적합한 균형의 개념이 된다는 점에 주의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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