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전략 #2

 

1. 게임의 균형

 

지금까지의 논의에 비추어 보면 김 씨와 박 씨는 당연히 우월전략을 채택하게 되고, 따라서 이 게임은 둘 다 자백하고 마는 것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게임의 균형(equilibrium)은 실현될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뜻하는데, 바로 이렇게 두 사람 모두 자백하고 마는 것이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균형이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각 경기자가 우월전략을 사용한 결과로써 나타난 균형이라는 뜻에서 우월전략균형(Dominant strategy equilibrium)이라고 부릅니다.

 

우월전략균형 : 상대방의 전략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전략을 우월전략이라고 하며, 이 우월전략의 짝을 우월전략균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모두 자백해 5년형을 받는 것은 두 사람이 공동으로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가 아닙니다. 이들 사이에 무언의 협조만 이루어진다면 범행을 모두 부인하고 1년형만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격리되어 심문을 받기 때문에 서로 입을 맞출 수 없어 그와 같은 결과가 불가피하게 나타납니다. 용의자 딜레마 게임에서 중요한 사실은 협조(co-operation)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협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게임은 아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입니다.

또한 게임이 단 한 번만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이 게임에서 부인하는 전략은 함께 잘 되어 보자는 전략임에 비해, 자백하는 전략은 자기만 잘 되자는 전략입니다. 만약 게임을 여러 번 거듭한다면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쓰는지 본 다음 자신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상대방도 그러리라 믿고 범행을 부인했는데 막상 상대방은 자백하는 전략을 선택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자신도 자백하는 전략을 선택해 상대방에게 보복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의자 딜레마 게임이라 할지라도 여러 번에 걸쳐하게 되면, 즉 반복게임 (repeated game)의 성격을 갖게 되면 서로 협조하는 태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단 한 번만 하게 되면 상대방이 자백하는 전략을 선택해도 이에 대해 보복할 방법이 없어 우월전략을 쓸 유인이 커집니다.

 

2.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응용사례

지금까지 살펴본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은 현실의 여러 상황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카르텔을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틀에 넣어 분석해 보면 이것이 본질적인 불안정성을 갖는 이유를 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도로나 공원처럼 모두가 함께 소비하는 시설을 생산하는 데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1) 카르텔의 경우

카르텔에 속해 있는 기업은 카르텔협정을 준수하는 전략과 몰래 위반하는 전략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카르텔협정을 위반한다는 것은 혼자만 몰래 가격을 낮추어 손님을 끌려는 행동을 취한다는 뜻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카르텔을 둘러싼 상황이 바로 용의자 딜레마 게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기업들은 협정을 준수하는데 자신만 위반하면 이윤이 매우 커지고 상대방의 이윤은 아주 작아진다거나, 모두 위반할 때에 비해 모두 준수할 때의 이윤이 더 크다는 점등에서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성격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기업(가나다사와 ABC사)이 카르텔을 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각 기업이 어떤 전략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합시다. 이 표에 나와 있는 괄호 안의 숫자들은 억원 단위로 나타낸 각 기업의 이윤인데, 첫 번째 숫자가 가나다사의 이윤, 그리고 두 번째 숫자가 ABC사의 이윤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표를 보면 카르텔협정을 위반하는 것이 우월전략임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기업이 모두 우월전략을 채택하게 되면 머지않아 카르텔 그 자체가 와해될 것인데, 이처럼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틀을 빌어 카르텔의 본질적 취약성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카르텔이 비교적 오랜기간 동안 유지되는 사례도 꽤 많습니다. 앞에서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도 반복해서 행해지면 협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카르텔이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계속해서 영업을 해야 하므로 카르텔에 속한 기업들은 일종의 반복게임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카르텔협정을 위반해 일시적으로 이득을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곧 다른 기업의 보복을 받아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각 기업이 카르텔협정을 자발적으로 준수하는 태도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2) 공공재의 경우

도로나 공원에서 나오는 혜택은 모든 사람이 함께 소비하게 된다는 점에서 여느 재화나 서비스와 그 성격이 다릅니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부릅니다.

사람들이 공공재 생산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여 결국 이것이 생산되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때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도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틀을 빌어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왜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두 사람(홍씨와 임 씨)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원을 만드는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각자는 공원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을 11천만 원씩 부담하거나 전혀 부담하지 않는 두 가지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각각 11천만 원씩 부담해 멋진 공원을 만들었을 때 각자에게 1천 51천5백만 원에 해당하는 혜택이 돌아간다고 합니다. 만약 그들 중 한 사람만 11천만 원을 부담해 그저 그런 공원을 만들면 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7백57백5십만 원으로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둘 다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려 하면 공원을 만들지 못하게 되는데, 이 경우 각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물론 0이 됩니다.

따라서 두 사람이 모두 비용을 부담해 공원을 만들 경우에는 각자가 55백만 원씩의 순편익을 얻게 됩니다. 1천만원의 비용을 부담해 1천 51천5백만 원어치의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만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라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사람의 순편익이 7백57백5십만 원인 반면 비용을 부담한 사람의 순편익은 –2백5–2백5십만 원이 됩니다. 공원 같은 공공재는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서 그것을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사람이 7백57백5십만 원이나 되는 큰 이득을 보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논의한 것을 아래 표에 정리해 놓았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전형적인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성격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괄호 안의 숫자 중 첫 번째 것은 홍 씨의 순편익, 그리고 두 번째 것은 임 씨의 순편익을 뜻합니다. 이 게임에서 각 사람은 우월전략, 즉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고, 따라서 공원은 만들어지지 못하게 됩니다. 두 사람이 모두 비용을 부담해 공원을 만드는 것이 최선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현하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비단 여기에서 예로 들고 있는 공원뿐 아니라 모든 공공재의 경우에 이와 비슷한 결과가 빚어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공공재의 소비를 원하면서도 비용을 부담하려 들지 않기 때문에 공공재가 생산, 공급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공공재를 생산, 공급하는 일을 떠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에는 내쉬균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