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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의 기본골격
운동경기가 그 대표적 예지만, 게임의 핵심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뿐 아니라 상대방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 데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가 취한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이 게임의 본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 예측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게임이론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경제주체들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이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게 될 것인지에 관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게임은 운동경기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건전하지는 못하지만, 화투나 카드를 가지고 하는 노름이 우리가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게임의 예입니다. 같은 산업 안에 있는 기업들은 서로 큰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데, 이것 역시 게임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음 데이트 장소는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두 연인도 일종의 게임을 하는 셈이 됩니다.
게임의 구체적인 형태는 각양각색이지만, 모든 게임은 똑같은 기본골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 기본골격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1) 경기자
게임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를 경기자(player)라고 부르는데, 반드시 개인만이 경기 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기업이나 국가도 경기자가 될 수 있습니다. 게임마다 경기자의 수가 각각 다르게 되는데, 둘인 경우를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2) 전략
경기자는 자신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계획을 전략
(strategy)이라고 부르는데 각 경기자가 어떤 전략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결과가 달라집니다.
(3) 보수
예를 들어 어떤 신상품을 개발할 것인지의 문제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는 두 기업이 있다고 합시다. 각 기업이 어떤 신상품 개발전략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이윤이 달라질 텐데,, 바로 이 이윤이 게임에서 나오는 보수(payoff)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추상적으로 말하자면, 각 경기자에게 귀속되는 게임의 결과를 보수라고 부릅니다.
게임이라고 하면 딴 사람의 이득과 잃은 사람의 손실의 합, 즉각 경기자에게 돌아가는 보수의 합이 0인 영합게임(zero-sum game)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게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노름들이 바로 그와 같은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생활은 각 경기자가 얻는 보수의 합이 0보다 큰 게임의 성격에 더 가까울지 모릅니다. 예를 들어 판매자와 구매자가 만나 어떤 조건에 상품을 사고 팔지를 흥정하는 것도 게임의 일종이라면, 이 게임에서 나오는 보수의 합은 분명 0보다 더 크게 됩니다. 교환에 참여하는 모든 경제주체가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용의자의 딜레마 게임
지금 설명하려고 하는 용의자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은 게임이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게임 유형 중의 하나입니다. 이 게임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처지에 빠진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자못 큰 흥미를 자아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접하는 여러 경제문제가 이 게임과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어, 그 분석결과의 활용범위가 무척 넓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1) 게임의 성격
어떤 범죄를 함께 저질렀으리라고 생각되는 두 용의자(김 씨와( 박 씨)가) 검거되어 검사의 심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검사는 두 사람의 자백을 끌어내기 위해 독특한 방식으로 그들을 심문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을 함께 심문하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아 범행을 부인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따로 떼어놓아 독방에 가둔 다음 한 사람씩 불러 심문을 진행시킵니다. 심문할 때 검사는 자백을 유도하기 위해 각 용의자에게 다음과 같은 제의를 합니다.
"나는 당신들이 그 범죄를 저질렀다는 강한 심증을 갖고 있소. 어차피 진상이 밝혀질 터이니 순순히 자백하는 것이 좋을 거요. 만약 당신 친구가 순순히 자백했는데 당신은 범행을 부인하고 끝내 버틴다면 당신에게 법정최고형인 15년을 구형하겠소. 그 대신 당신의 친구는 수사에 협조한 공을 인정해 방면해 주려고 하오. 반면에 당신의 친구가 범행을 부인하고 버티는데 당신이 자백한다 법정최저형인 5년을 구형하게 될 거요.. 만일 둘이 모두 부인하고 버틴다면 이번 일로 벌을 줄 수 없겠지만 얼마 전에 당신들이 저지른 게 분명한 범죄를 다시 수사해 1년형을 받도록 만들겠소. “.“
이와 같은 검사의 제의를 다시 정리해 보면 아래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습니다. 이 게임의 보수를 모아 놓은 것을 보수행렬(payoff matrix)이라고 부르는데, 그 안에는 게임의 결과에 대한 모든 정보가 요약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기에서 잠시 읽기를 중단하고 자신이 이 처지에 빠졌으면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난처한 지경에 빠져 있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김 씨의 입장이 되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생각해 보기로 합시다. 우선 그의 머릿속에는"우리 둘 다 범행을 부인하고 버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박 씨도 같은 생각 일 것이니 한번 버텨볼까?"라는?" 생각이 얼핏 떠오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만의 하나 박 씨가 자기만 살자고 자백을 해버린다면 자신은 15년형을 살아야 하는 끔찍한 처지가 됩니다. 아예 자백을 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둘 다 자백하면 5년을 살아야 하니, 둘 다 부인함으로써 1년만 살고 나올 수 있는 기회를 놓쳐 버리는 것이 몹시 아깝습니다. 지금 김 씨와 박 씨는 어떻게 행동해야 좋을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처지에 빠져 있는 듯이 보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각자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할지가 분명히 드러나게 됩니다. 우선 박 씨가 자백했다고 가정하고, 이 경우 김 씨의 입장에 서서 그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박 씨가 자백했는데 김씨가 부인하고 버틴다면 15년형을 살게 되므로 함께 자백해 5년형만 사는 것이 더 낫습니다. 따라서 박 씨가 자백했다면 김씨에게도 자백하는 것이 더욱 유리한 전략이 됩니다. 이번에는 박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버틴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에도 역시 김 씨로 보아서는 자백하는 쪽이 더욱 유리합니다. 부인하면 1년형을 살게 되는데 자백하면 방면되는 행운을 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박 씨가 어떤 전략을 쓰든 간에 김 씨로 보아서는 언제나 자백하는 전략을 쓰는 것이 더욱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와 같이 상대방의 전략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언제나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전략을 우월전략(dom inant strategy, 상대방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느냐에 관계없이 자신에게 언제나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전략)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박 씨의 입장에서 볼 때도 역시 자백하는 것이 우월전략입니다. 김 씨가 어떤 전략을 선택하든 박 씨로 보아서는 자백하는 쪽이 더 유리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게임의 균형과 용의자 딜레마 게임의 응용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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