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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격차별의 기본 원리
    경제학 2025. 3. 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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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mazon 같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외국에서 직접 책을 주문해 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이런 곳에서 책을 사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교과서의 경우 우리나라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붙여놓은 사례가 많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서점에서 4만 원 내외의 가격이 붙어 있는 경제학 원론 원서의 가격이 100달러를 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책이 발행된 본국 시장에서의 가격이 해외 시장에서의 가격보다 두, 세 배가량 높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독점력을 가진 기업이 똑같은 상품을 시장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기는 하나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가격차별(price discrimination, 독점기업이 이윤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똑같은 상품에 대해 몇 가지 다른 가격을 받는 행위)이라고 부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독점기업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오직 한 가지의 가격만을 적용하는 순수독점 (pure monopoly)에 대해서만 논의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독점기업이 소비자의 유형에 따라 몇 가지 다른 가격을 받는 경우, 즉 소비자에 대해 가격차별을 하는 사례를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독점기업이 가격차별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이윤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구매력이 미국 학생들보다 훨씬 더 작은 해외의 학생들에게도 경제학원론 교과서를 100달러에 팔면 거의 팔리지 못하는 결과를 빚을 수 있습니다.  이들이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금액은 그보다 훨씬 더 적을 것이므로 이에 맞춰 그들에게는 싼 값에 파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책 한 권을 인쇄하는 데 드는 돈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4만 원에 판다 해도 출판사는 상당한 이윤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가격차별을 하는 독점기업은 수요자가 특성이 다른 여러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진다는 사실을 이용해 각 집단에 다른 가격을 매김으로써 이윤극대화를 시도합니다.  수요자를 여러 집단으로 나누는 기준으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수요의 가격탄력성 입니다. 즉 가격탄력성이 높은 수요자와 낮은 수요자를 구분해 한 집단에는 높은 가격을 받고 다른 집단에는 낮은 가격을 받는 방식으로 차별을 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입니다.
    그런데 독점기업이 원한다 해서 언제나 가격차별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모든 소비자들이 동질적이라면 가격차별을 하려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소비자를 그 특성에 따라 두 개 이상의 다른 집단으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우선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음에는 독점기업이 각 소비자의 특성을 쉽게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충족되어야 합니다.
    가격차별을 할 수 있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은, 소비자가 가격이 낮은 시장에서 상품을 구입해 가격이 높은 시장으로 가서 되파는 행위를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그와 같은 再(재)판매가 가능하다면 가격이 높게 매겨져 있는 시장에서는 상품이 전혀 팔리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이 경우 가격차별을 통해 발생하는 추가적인 이윤은 재판매를 하는 소비자가 독차지하게 되는 결과가 빚어집니다.  전화서비스나 전기같이 사자마자 소비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매가 불가능한 상품의 경우에서 가격차별이 많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어떤 시장에서 소비자가 특성이 다른 두 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질 수 있다면 각 집단이 별도의 시장을 형성하는 셈입니다.


    다른 유형의 가격차별
    현실에서 기업들이 사용하는 판매전략을 보면 겉으로는 가격차별이 아닌 것 같이 보여도 실제로는 가격차별의 효과를 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영화에서의 심야할인이라든가, 백화점의 세일, 혹은 특정 상품의 쿠폰 같은 것들이 그 좋은 예 입니다. 싼 입장료에 끌려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은 애당초 높은 가격을 낼 용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심야할인을 마다하고 보통 때 영화를 보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낼 용의를 갖는 사람입니다.  심야할인 제도는 이렇게 높은 가격을 낼 용의가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각기 다른 가격을 지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격차별의 일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일 년에 몇 번씩 실시하는 세일 행사도 알고 보면 가격차별을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며칠만 더 기다리면 20% 더 싼 값에 운동화를 살 수 있는 데도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사람은 높은 가격을 낼 용의를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반면에 세일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참고 있다 사는 사람은 높은 가격을 낼 용의가 없는 사람입니다.
    세일 행사는 이 두 부류의 소비자들이 가격할인의 비율만큼 다른 가격을 내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요즈음 신문이나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쿠폰도 가격차별을 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신문에서 쿠폰을 오려 가면 라면 한 박스를 살 때 5백원을 깎아 준다고 합시다.  이것을 오려 가게에 가는 것이 그리 힘든 일도 아닌데, 어떤 사람은 쿠폰을 보고서도 그냥 지나친다.  그렇게 하는 데는 오려 가는 것이 귀찮아서 아니면 체면상 그렇게 하기 싫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런 사람이라면 5백 원이란 가격의 차이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쿠폰은 그런
    사람에게 다른 사람들보다 5백원 더 높은 가격을 내도록 만드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우리 주위를 잘 살펴보면 가격차별이 생각 밖으로 널리 행해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상에서 예로 든 것 이외에도 가격차별의 효과를 내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흥미로운 점은 겉모양만 보아서는 가격차별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이 보인다는 사실입니다.  다음과 같은 현실의 예를 보면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어떤 개인이 운영하는 경기도의 한 식물원은 그것이 소재하고 있는 지역의 주민에게 입장료를 할인해 주는 혜택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제주도에 있는 대부분의 관광지도 지역 주민에게 입장료 할인 혜택을 제공해 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지역 주민에게 어떤 시설의 입장료 할인 혜택을 주는 사례는 외국에서도 자주 관찰할 수 있는 관행입니다.
    겉으로만 보면 이와 같은 할인 혜택은 지역 주민에 대한 배려에서 나온 것이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와 같은 할인 혜택을 통해 시설 운영에서 나오는 이윤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지역 주민은 그 시설에 이미 여러 번 갔을 테고, 따라서 높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지는 않을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가격차별의 논리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할인 혜택은 이윤극대화를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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