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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 전략의 실례
    경제학 2025. 3. 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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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앞선 자의 이득

    두 화장품회사가 신상품 개발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을 생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남성용 보다 여성용 화장품 시장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각 기업은 서로 이쪽의 신상품을 내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만 두 기업이 모두 여성용 시장 쪽으로 몰리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 큰일일 테니 상대방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합니다. 상대방이 여성용을 개발할 것이 분명하다면 아예 남성용을 개발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느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라 가정하고 과연 어떤 쪽을 개발하기로 결정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각 기업은 자신만이 여성용 화장품을 개발하고 상대방은 남성용 화장품을 개발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때 어떤 한 기업이 선수를 쳐서 여성용 화장품 개발에 먼저 착수한다면 다른 기업은 울며 겨자 먹기로 남성용 화장품을 개발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경쟁자보다 한 발 앞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서 나오는 이득을 앞선 자의 이득(first mover advantage)이라고 부릅니다.

     

    앞선 자의 이득을 누리기 위해서는 여성용 화장품을 개발하려 하는 자신의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납득시켜야 합니다. 여성용 화장품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여성용 시장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앞선 자의 이득을 얻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여성용 화장품 개발을 포기하게 만들 수 있어야만 앞선 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용 화장품을 개발한다는 결정을 결코 번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하는데, 이와 같은 의지의 표현은 앞절에서 설명한 공약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용 화장품을 개발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현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많은 돈을 들여 새로 내놓을 여성용 화장품에 대한 광고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광고비는 일단 지출되면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이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더욱 큰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지출함으로 써 이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효과를 갖기 때문입니다. 또한 여성용 화장품의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해 놓는다거 나, 심지어는 아직 생산이 시작되지도 않은 여성용 화장품의 주문을 받아 놓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행동들은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은 여성용 화장품 개발을 포기할 경우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앞선 자의 이득을 얻기 위해서는 적절한 공약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2. 가격파괴의 허실

    벤츠사의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서너 개의 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 가격을 내리는 바람에 지난 한 해만도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10%나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 치열한 싸움의 와중에서 한 회사(진양벤츠사)가 주요 일간신문에 다음과 같은 전단광고를 실어 최후의 승부수를 띄운다고 소리를 높였다.

     

    "벤츠자동차에 관한 한 저희 회사는 어느 경쟁회사보다 더 싼 가격에 여러분을 모실 자신이 있습니다. 저희들에게서 차를 산 후 다른 회사가 더 싼 값에 파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십시오. 그 회사의 가격이 적혀 있는 광고지를 저희들에게 가져오시면 그 차액의 두 배를 환불해 드리겠습니다.”

     

    이 광고 문안을 보면 엄청난 가격파괴가 일어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것이 사실일까요? 예를 들어 진양벤츠사가 3천짜리 승용차에 7천 만원의 가격을 붙였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을 보고 경쟁회사인 벤츠코리아사가 6천 8백 만원의 가격표를 붙인다면 고객들이 모두 그리로 몰릴까요? 이 상황에서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벤츠코리아사를 찾지 않고 진양벤츠사에서 차를 구입할 것입니다. 일단 진양벤츠사에서 7천만 원에 구입한 다음 차액의 두 배인 4백만 원을 환불받으면 6천 6백만 원에 구입한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벤츠코리아사는 파리만 날리는 신세가 될 것이 뻔하겠지요.

     

    그러므로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경쟁회사라 할지라도 7천만 원보다 더 낮은 가격표를 붙이지 않을 것입니다실제로 진양벤츠사는 이 전략을 통해 경쟁회사로 하여금 자신이 정하는 가격을 그대로 따라오게끔 만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회사는 이윤이 충분히 날 수 있는 수준에서 가격을 결정했을 것이고, 따라서 이 시장 안의 모든 기업들은 짭짤한 이윤을 얻게 됩니다. 가격파괴의 절정같이 보이던 광고가 사실은 서로 협조하여 잘해보자는 암묵적 담합의 초대장이었던 것입니다.

     

    3. 몫 나누기 게임

    주어진 금액(100만원)의 돈을 두 플레이어(정 씨와 심 씨)가 합의하여 나누어 갖는 게임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중 한 플레이어, 예컨대 정 씨가 이 돈을 어떤 비율로 나누자고 제의를 합니다. 만약 심 씨가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 게임은 바로 여기에서 끝나고 두 사람은 그 비율로 돈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정 씨 자신이 60만원, 그리고 심 씨는40 만원의 비율로 나누자고 제의했을 때 심 씨가 이에 합의하면 바로 그 비율로 돈을 나누게 됩니다.

     

    만약 심 씨가 정 씨의 제의를 거부하면 이번에는 심 씨가 어떤 비율로 나눌지를 제의하여 게임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이제는 둘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총액이 5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다시 말해 심 씨는 종전의 반으로 줄어든 50 만원을 어떤 비율로 돈을 나눌지 제의하는 것입니다. 정 씨가 이 제의를 받아들이면 게임은 끝나고 바로 이비율로 돈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그런데 정씨가 이 제의를 거부하면 게임은 마지막 제3라운드로 들어갑니다. 여기에서는 정 씨가 마지막 제안을 하게 되는데, 둘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금액은 다시 25 만원으로 줄어듭니다. 이 게임은 제3라운드로 끝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정 씨의 제의는 '최후 통첩''최후통첩'의 성격을 갖게 됩니다. 즉 이제는 심 씨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 씨가 제의한 대로 그 돈을 나누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정 씨라고 가정하여 어떤 전략으로 이 게임에 임할 것인지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특히 제일 첫 라운드에서 여러분이 제의할 때 어떤 비율로 나누자고 말해야 할까요? 물론 여러분이 차지할 수 있는 몫이 가능한 한 크게 되도록 만든다는 견지에서 그 답을 내야 합니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게임의 마지막 라운드로 가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여러분이 최후통첩을 내게 되는데, 주저할 필요 없이 25 만원을 전부 갖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심 씨의 몫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는 제2라운드에서 게임을 끝내고 싶어합니다. 2라운드에서 게임을 끝내려면 여러분에게 25 만원보다 단 1원이라도 더 주겠다고 제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심 씨는 여러분이 251원을 갖고 자 신이 249,999원을 갖는 방식으로 나누자고 제의합니다.

     

    여러분이 제1라운드에서 게임을 끝내고 싶으면 심 씨에게 얼마를 주겠다고 제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2라운드에서 심 씨가 얻을 수 있는 돈이 249,999원이므로 첫 라운드에서 25 만원을 나눠주겠다고 제의하면 이를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여러분이 첫 라운드에서 심 씨가 25 만원, 그리고 자신은 75 만원을 갖겠다고 제의할 경우 그 게임이 그것으로 끝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여러분이 취할 최적 전략인 셈인데 게임의 끝 라운드로부터 실마리를 풀어 이 답을 찾았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일이 일어나는 순서대로 논리를 풀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논리를 진행시켜 문제를 푸는 것을 역진귀납(backward induction)이라고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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